“다 알려진 것처럼 (나는) 그 분과 한 가정을 꾸렸었고 함께 촬영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영화를 배운 후배였습니다.”
김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말을 이어 나갔다.
“고인은 인간적이고 예술가적 기질이 풍부한 사람이어서 영화처럼 살다 갔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영화에 바치겠다는 게 그분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너무 일찍 떠났습니다.”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을 영화인협회이사장인 김씨가 맡게 됐다.
“영화계 후배로, 영화인협회이사장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긴 그분을 내손으로 보내드리는 게 당연합니다.”
고인과 김씨는 69년 이혼하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명언’이다.
상주인 최민수씨가 김씨의 손을 마주잡으면서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이제 먼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4년전 어머니(배우 강효실씨)가 떠난 때도 11월이었는데….”
한 문상객이 이 모습을 지켜 보며 말했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고인은 우리 영화계의 큰별이었다. 고 강효실씨와의 이혼, 김지미씨와의 결합과 이혼, 재벌 미망인과의 재혼 등으로 화제가 끊이지 않았던 ‘영화 같은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고인은 국회의원도 지냈다.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은 “30년간 고인을 알고 지냈는데 함께 영화를 못 만든 게 아쉽다”면서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였다”고 회고했다.
정부는 영화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공로를 인정해 보관문화훈장을 추서했고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훈장을 전수했다.
고인에 대한 영화인장은 13일 오전11시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거행되며 고인의 평소 당부에 따라 유해는 화장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