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역사왜곡 관광안내판' 탄원 철거시킨 송재덕씨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조선민족출판사가 발행하는 격월간 남성잡지 ‘은하수’ 최근호에는 한 한국 노인의 의행(義行)이 실렸다. 일본 여행 중 한일과거사를 왜곡한 관광안내판을 발견하고 일본 관청 등에 탄원해 안내판을 철거한 송재덕(宋在德·69·사진)씨 이야기다.

송씨가 규슈 구마모토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묘소에서 조선인 김관(金官)의 ‘순사묘(殉死墓)’를 발견한 것은 90년대 초반. 임란때 조선을 침략한 왜장 가토가 1611년 죽자 그의 통역이던 김관이 쓸쓸한 나날을 보내다 가토 7주기때 자결했다는 내용의 안내판을 보고 그는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충신은 불사이군이어늘 조국을 배반하고 적장을 섬긴 사람에게 충성 운운했더라고요.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한다고 해놓고 일본인 상전에게 목숨 바친 조선인을 미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지요.”

송씨는 구마모토시 관계자와 구마모토니치니치 신문사에 수차례 항의 편지를 보냈다. 구마모토시는 “나라마다 인물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관광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안내판은 가치가 없으므로 철거하겠다”고 회답했다.

송씨는 일제시대 철도 역무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 2학년까지 중국 헤이룽장성에 살았다. 그는 최근 중국을 방문해 항일 애국투사들의 독립운동 현장을 찾아다녔다.

“하얼빈역에는 안중근 의사 기념비 하나 없고 김좌진장군의 묘터에도 아무 표시가 없더군요. 오늘이 있게 한 조상들의 업적을 아로새겨 후손이 길이 잊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