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제3자로 지목됐는데…”라는 질문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녹음테이프가 있다니 내 목소리인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그분(배정숙·裵貞淑)과 지금도 자주 전화해 오만 이야기를 다 한다. 신앙이야기도 하고. 그분하고 친한 거 알지 않나”라며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씨의 육성이 녹음된 테이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화려한 외출’의 주역격인 세 여인의 관계가 또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배씨와 연정희(延貞姬)씨 그리고 이씨는 순서대로 ‘형님 아우님’ 하는 절친한 관계였다.
이들은 장관급 부인들의 모임인 ‘수요봉사회’에서 알게 돼 지난해 10월28일 세 사람이 주축으로 재소자 갱생시설을 돕는 ‘낮은 울타리회’를 결성하면서 급속도로 관계가 발전했다.
세 사람은 모두 살아온 인생역정때문에 종교에 귀의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세 사람은 한 종교계 인사의 권유로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를 알게 됐고 지난해 12월 쇼핑차 라스포사와 앙드레 김, 나나부티끄 등 의상실을 네차례 함께 방문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상에 노출되면서 이씨는 배씨보다는 연씨의 편에 선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씨는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 “연씨가 이형자(李馨子)씨측에 최순영(崔淳永)씨 구속여부를 말한 적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씨는 최근까지도 “1월 사직동팀에 가서 협조한 것뿐인데 자꾸 조사를 받은 것으로 기사가 나온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아무튼 옷로비사건은 최특검팀에 의해 17일 사직동팀 최초 내사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존재가 확인되고 이은혜씨가 청문회전 말을 맞추려고 배정숙씨에게 전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검팀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위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