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방한한 '예술의 위기'저자 佛 미쇼교수

  • 입력 1999년 11월 19일 19시 40분


20세기말, 예술이 위태롭다.

미쇼교수는 현대예술의 위기를 축복하며 21세기를 위한 예술의 전망을 제시한다. 파리제1대학 철학교수인 저자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들을 모아 연중 365일 강좌를 열고 있는 2000년 기념 프랑스 학술분야 국제심포지엄 기획위원장. 그는 89∼96년 국립파리미술학교 학장 재직시 커리큘럼 전면 개정, 교수정년제 폐지 등의 개혁 단행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림미술관이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차 방한한 미쇼교수를 18일 오후 프랑스문화원에서 만나 최근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그의 저서 ‘예술의 위기’를 주제로 현대예술의 위기와 전망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현대예술, 특히 아방가르드(전위예술)의 위기를 주장해 왔는데 그 위기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현대 예술의 위기는 예술이 표상하는 형태의 위기입니다. 이제 현대 예술의 특징인 형태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습니다. 형태적 측면의 연구는 최소화하고 내용이나 아이디어, 사회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아방가르드의 위기를 지켜보며 상당히 즐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아방가르드에서 더이상 보완해서 살릴만한 것은 없겠습니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닙니까. 아방가르드는 1850∼60년대부터 20세기말까지 140여년간 현대미술을 지배해 왔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그 범주 안에 남아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범주로 가는가가 남았을 뿐입니다. 1970년대말경부터 아방가르드의 움직임은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면서 예술계의 지평도 넓어졌고 예술은 더이상 서구적 개념에 국한되지 않게 됐습니다.”

―아방가르드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런 전통이나 기반 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아마도 모더니즘 이전의 예술형태로 돌아가는 형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자면, 예술을 통해 뭔가 성스러운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오락, 유희, 실용적인 측면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관조 대상으로서의 예술형식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변화가 프랑스 예술계나 사상계의 주요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880년에 예술가가 보던 관점과 1910년대에 예술가가 보던 관점은 전혀 다릅니다. 20세기말과 21세기초의 예술가가 보는 시각도 각각 다를 것입니다. 아방가르드 시대에는 형태적 변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현재는 예술 안에 담길 내용문제, 사상토론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렇게 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술을 세상의 변화와 분리시키기가 점점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술에 대해 진단할 때 동시에 세상의 변화, 즉 민주주의의 확장, 문화의 점진적 상업화, 세계화, 기술보급, 인구의 이동 등을 고려합니다. 사람들은 과학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더 큰 관리능력을 갖게 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에 대해 전처럼 주인으로서 행사하는 기능은 줄어듭니다. 따라서 어떤 완전하고 결정적인 형식이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이미 어려운 일입니다. 이제는 형태의 문제보다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해집니다.” 277쪽 1만5000원.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