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물리학자 조경철(趙慶哲·70)박사가 북한의 평양을 방문해 52년 전 헤어진 동생을 만나고 돌아왔다.
조박사는 19일 베이징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 8박9일간 머무르면서 평양 시내를 둘러보고 동생 경두(慶斗·64·함북 함흥 영성연합기계총국 기계국장)씨와 상봉한 뒤 27일 귀국했다.
평북 선천출생인 조박사는 김일성종합대학 1학년생(1기생)으로 단신 월남했고 뒤이어 월남한 부친과 함께 남한에서, 모친과 경두씨는 북한에서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이산가족으로 살아왔다.
조박사는 모친이 74년 빙판에서 미끄러져 숨졌다는 경두씨의 말에 미국체류시절이던 67년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부친의 이야기를 전하며 각자 “두분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불효자”라고 흐느껴 울었다. 형제는 2박3일간 잠자는 시간만 제외하고 꼭 붙어다니며 헤어진 반백년의 회포를 나눴다. 조박사가 다니던 평양 남수대 평양고보터는 폭격으로 무너진 뒤 분수대로 바뀐 채 참나무 한그루만 옛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옛날에 살던 기린리 자택은 개선문 옆 동평양 대극장 옆자리였으나 지금은 아파트가 서있었다. 옛모습 그대로인 것은 평양의전 건물뿐이었다.
조박사는 “동생과 헤어질 때 내년에는 아내와 함께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며 “북한당국이 동생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도록 배려해주는 모습에서 북한 사회가 많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박사의 이번 방북은 SBS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의 교섭을 통해 성사됐다. 조박사의 방북기는 내달 초 SBS 특집방송으로 방영된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