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씀, 선배라고 봐주는거 없습니다.”
한국레슬링의 간판스타인 심권호(28·주택공사)와 하태연(24·삼성생명).
대표팀 단짝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7일부터 청주체육관에서 열리는 시드니올림픽대표 1차 선발대회 그레코로만형 54㎏급에서 정면 격돌한다.
둘은 나란히 ‘살불리기 전쟁’에 성공한 ‘뚝심의 스타’.
심권호는 96년까지 48㎏급에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모조리 제패한 한국 레슬링의 ‘대명사’. 하태연 역시 96년까지 52㎏급으로 각종 주니어대회를 휩쓸었던 ‘샛별’이었다.
그러나 둘은 이후 두 체급이 54㎏급으로 똑같이 조정되면서 체급의 벽을 넘기위한 힘겨운 경쟁을 해야했다.
체중이 더 나갔던 하태연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 97년 심권호를 누르고 54㎏급 대표로 선발됐다.
주변에선 심권호의 은퇴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심권호는 차오르는 울음을 감추며 대표팀 연습 파트너로 백의종군을 자청했다. 마침내 98년 심권호가 하태연을 누르고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이후 둘은 엎치락 뒤치락하며 54㎏급 한국레슬링 ‘지존의 자리’를 번갈아 지켜왔다. 올 9월에는 하태연이 심권호를 꺾고 세계선수권에 출전, 당당히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제 둘은 최종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한 치도 물러설수없는재격돌을 벌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심권호. 부모없이 온갖 역경을 딛고 살아온 하태연. 이들의 ‘선의의 경쟁’이 매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