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단짝 심권호-하태연 "시드니행 양보못해"

  • 입력 1999년 12월 5일 18시 58분


“태연아. 이번엔 간단치 않을거다.”

“무슨 말씀, 선배라고 봐주는거 없습니다.”

한국레슬링의 간판스타인 심권호(28·주택공사)와 하태연(24·삼성생명).

대표팀 단짝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7일부터 청주체육관에서 열리는 시드니올림픽대표 1차 선발대회 그레코로만형 54㎏급에서 정면 격돌한다.

둘은 나란히 ‘살불리기 전쟁’에 성공한 ‘뚝심의 스타’.

심권호는 96년까지 48㎏급에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모조리 제패한 한국 레슬링의 ‘대명사’. 하태연 역시 96년까지 52㎏급으로 각종 주니어대회를 휩쓸었던 ‘샛별’이었다.

그러나 둘은 이후 두 체급이 54㎏급으로 똑같이 조정되면서 체급의 벽을 넘기위한 힘겨운 경쟁을 해야했다.

체중이 더 나갔던 하태연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 97년 심권호를 누르고 54㎏급 대표로 선발됐다.

주변에선 심권호의 은퇴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심권호는 차오르는 울음을 감추며 대표팀 연습 파트너로 백의종군을 자청했다. 마침내 98년 심권호가 하태연을 누르고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이후 둘은 엎치락 뒤치락하며 54㎏급 한국레슬링 ‘지존의 자리’를 번갈아 지켜왔다. 올 9월에는 하태연이 심권호를 꺾고 세계선수권에 출전, 당당히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제 둘은 최종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한 치도 물러설수없는재격돌을 벌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심권호. 부모없이 온갖 역경을 딛고 살아온 하태연. 이들의 ‘선의의 경쟁’이 매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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