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물리학과 박홍이 교수(55). ‘반도체 실험’ 관련 논문을 국제과학학술지 ‘SCI’에 210편이나 발표한 물리학자인 그는 엉뚱하게 만화가이기도 하다.
수업시간에도 약 5분간 학생들에게 자신이 그린 만화를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박교수는 2월부터 ‘물리학회’지에 ‘깽패’라는 만화를 연재해 왔다. ‘깽패’는 ‘깽판을 놓는 사람’, 즉 ‘선각자’를 뜻한다는 것이 박교수의 설명.
고교시절 수채 풍경화를 즐겨 그렸지만 특별히 만화수업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박교수가 틈틈히 그려온 네 컷짜리 만화는 지금까지 160편이 넘는다. 책을 읽거나 사색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만화와 짤막한 영어해설로 정리해 둔다. 곧 책을 엮어낼 이 영어만화의 제목도 ‘선각자’란 뜻의 ‘Prophet’이다.
“구미에는 지성인을 위한 만화가 많습니다. 뭔가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만화지요. 저도 그림은 서툴지만 학생들에게 사물을 보는 색다른 시각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박교수의 만화에는 성경 법구경 미국속담 한국속담 등 동서고금의 지혜가 그림으로 표현되기도 하고,검도(박교수는 4단)와 참선을 즐기는 괴짜 물리학자의 유머와 사색이 담기기도 한다.
“만화가는 많이 읽고, 많이 사색해야 하기 때문에 집, 학교, 주머니에 책을 한 권씩 두고 읽습니다. 동시에 세 권을 읽는 셈이지요.”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