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길거리를 헤매는 청소년을 지하철에 태우려고 부축하며 계단을 내려가던 김덕화(金德化·46)씨는 아차 하는 순간에 발을 헛디뎌 몇번을 굴렀다. 칠흑같은 어둠이 의식을 덮쳐왔다.
지난 몇년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가출청소년과 노숙자들의 벗이 돼 대학로의 ‘지킴이’활동을 해 왔던 김씨는 그렇게하여 지금 뇌사상태에 빠져있다.
그리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를 위해 주변상인들과 노점상들은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고 무명가수는 콘서트를 열었다. 한 시민단체는 그가 사망할 경우 ‘대학로장(葬)’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김씨의 사고소식이 알려진 것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의 한 시상식에서였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지난 몇년동안 대학로에서 청소년과 노숙자들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해 왔던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기로 돼 있었던 것.
그런 김씨가 “대학로에서 김씨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명물이 된 것은 남다른 ‘대학로 사랑’ 덕분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대학로가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청소년과 노숙자들을 상대로 수년전부터 ‘나홀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시민단체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산하 ‘대학로지킴이’에서 야간자원봉사를 했다.
김씨는 연고자가 없어 대학로 ‘마로니에’카페에서 야간근무자로 일하면서 숙식을 해결하고 낮에는 분식집에서 배달일을 했다.
그렇게 해서 한달에 번 돈 50여만원으로 노숙자들에게는 소주와 먹을거리를, 청소년들에게는 집에 갈 차비를 줬으며 굶고 있는 사람에겐 있는 대로 돈을 쥐어 주었다.
김씨는 현재 국립의료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관계자들은 4000여만원이 넘는 김씨의 수술비와 병원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