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을 따라 ‘실버밴드’라고쓰인 문을열고 들어서면 25평정도의 공간에 노인들이 지그시눈을감고 연주하고 있다.
중절모나 베레모를 눌러쓴 이들이 지휘자의 손놀림에 맞춰 뿜어내는 곡들이 예사롭지 않다. ‘인도 무드’나 ‘문라이트 세레나데’ 등 재즈의 고전은 물론 ‘꿍따리 샤바라’와 ‘소양강처녀’같은 대중가요도 재즈풍으로 멋들어지게 소화해낼 때는 감탄이 절로 터져나온다.
트럼펫과 색소폰 등 18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전원 60대이상인 노인전문 재즈밴드. 대부분이 60∼70년대 국내 스튜디오를 주름잡던 전문연주인들이다.
하지만 음악에의 열정을 멈출 수가 없어 지난해 밴드를 구성, 여기저기 연습장을 돌다 지난달 강남구청의 도움으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이들은 구민회관무대나 직거래장터 등 강남구의 웬만한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녹슬지 않은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추운 날씨도 마다않고 대학로의 청소년 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원로연예인들 잔치의 백밴드로 나서기도 한다.
KBS 쇼PD출신으로 트럼본을 맡은 고기찬씨(68)는 “이 나이에도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이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