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가 되기 위해 충남 연기군 대덕사에서 수행 중인 김용대(金龍大·38)씨가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기독교인 박돈기씨(31)에게 신장을 기증키로 한 것.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종교의 벽을 허무는 이번 ‘장기이식’ 수술은 22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승려 수행 중인 김씨가 신장을 기증키로 마음먹은 것은 98년.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조카가 간암에 걸려 하루하루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조카의 병이 나으면 나도 남을 위해 뭔가를 해 꼭 보답하겠다’고 부처님께 기도했다.
다행히 조카가 건강을 되찾자 김씨는 곧바로 산사로 들어가 스님이 되기 위한 수행을 시작했고 9월 ‘생명나눔실천회’를 찾아가 “내 장기로 다른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씨는 수혜자가 기독교인이란 사실에 대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종교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조카를 위해 기도하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킬 기회가 생겨 기쁠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5년째 신부전증을 앓다 새 생명을 얻게 된 박씨도 “나에게 종교를 뛰어넘는 사랑을 배풀어 준 스님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건강을 되찾으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