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보다 커지고 미려해진 활자체를 개발했다. 3일부터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 이 활자체는 크기가 더욱 커지고 아름다운 글자꼴을 지녔으면서도 지면에 실리는 글자의 양은 줄어들지 않도록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동아일보가 새로 개발한 본문 활자체는 가로 3.03㎜ 세로 3.35㎜이며 가로 길이는 그대로이지만 세로의 길이가 이전의 3.16㎜보다 길어졌다.
이같이 세로의 길이를 더 늘인 것은 가로의 길이보다 세로의 길이가 길 때 좀 더 세련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한글의 조형적 특성을 살리고자 한 것이다.
이에따라 새 본문 활자의 세로대비 가로비율은 기존의 96.07%에서 90.44%로 줄었다. 이는 다른 신문매체 활자의 세로대비 가로비율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동아일보 활자는 다른 매체의 활자에 비해 키가 크면서도 날렵하고 세련된 몸맵시를 지니게 됐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활자의 크기가 커졌기 때문에 독자들은 더욱 쉽게 신문을 읽을 수 있다. 이는 독자들의 시력 보호를 염두에 둔 활자개발의 결과이다. 그러면서도 신문에 실리는 글자의 양은 기존과 다름이 없다. 이는 지면 크기와 활자사이의 공간을 정밀하게 계산해 조정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활자체 개발로 본문서체로 한글 2725자, 한문 8374자, 각종 부호 등을 포함한 기타문자 2902자 등 총 1만4001자의 명조체와 고딕체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제목용 서체로는 16종 16만9331자의 명조체와 고딕체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컷 제목용 활자의 종류는 50종으로 늘어났으며 24만9946자를 보유하게 됐다. 또한 한글은 물론 한자 영문 부호 등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94년 이후 현재까지 3차에 걸쳐 활자체를 개발한 동아일보는 각 지면의 특성과 내용에 맞게 다양한 디자인의 컷제목과 글자체를 사용해 보다 실감나고 읽기쉬운 지면을 선보이게됐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서체개발 윤광용 실장 인터뷰▼
“가로쓰기 체제에 더욱 알맞고 시각 효과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보기 좋고 읽기 좋은 디자인개발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동아일보 활자체 개발에 참가한 윤광용(36) 서울시스템 서체디자인 실장은 동아일보의 새 활자는 지면전체의 안정감과 자연스러운 시선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말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가는 가로쓰기 지면의 경우 시선이 처음 머무는 문장 왼쪽 첫 문자의 첫 부분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눈이 피로해지고 읽기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설명. 이에 따라 각 활자의 첫 부분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예를 들어 ‘가’로 시작하는 문장과 ‘나’로 시작하는 문장의 경우 ‘기역’과 ‘은’의 크기와 모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실장은 이에 따라 어떤 활자가 첫 부분에 오더라도 통일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활자 첫 부분의 크기와 모양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활자 선의 굵기를 조정한 것도 눈여겨 볼 점입니다. 획이 적은 활자와 많은 활자의 선 굵기를 일정하게 하면 획이 많은 활자가 더욱 진하게 보이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합니다.”
윤실장은 이에 따라 획이 적은 활자의 선은 보다 굵게 획이 많은 활자의 선은 가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2년 동안 고심어린 연구 끝에 새 활자체를 디자인했다는 윤실장은 “장년층이 선호하는 묵직하고 안정된 느낌의 디자인과 신세대들이 좋아하는 날렵한 느낌의 디자인이 조화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