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박주선씨의 수감생활]비교적 잘 적응-분한 감정 토해

  • 입력 2000년 1월 4일 19시 42분


권력의 정점에서 구속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진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과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의 구치소 생활 모습이 대조적이다.

최근 두사람을 면회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김전장관은 구치소 생활에 잘 적응해 몸도 마음도 편한 상태지만 박전비서관은 정반대로 심신(心身)이 몹시 불편한 상태에 있다.

지난해 12월4일 수감된 김전장관은 최근 면회온 지인(知人)들에게 “이제 마음을 모두 비웠다”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고 한다.

김전장관은 특히 “앞으로 술을 완전히 끊고 성실한 종교인으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 지인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 검찰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내가 왜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지를 반성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을 사색과 성찰을 하며 보내고 있다고. 그는 현재 가족과 목사 그리고 아주 가까운 검찰 인사 이외의 면회는 대부분 사절하고 있다.

김전장관은 박전비서관의 구속에 대해 “그가 (구치소에) 들어오면 내가 모든 것을 안고 들어온 소용이 없게 된다”며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해 12월23일 구속수감된 박전비서관은 열흘이 지난 요즘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등 심신이 불편한 상태.

그의 변호인인 박선주(朴善柱)변호사는 “박전비서관은 축농증 고혈압 장염 등으로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라며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안쓰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박변호사는 “이르면 5일 중에 박전비서관에 대한 보석을 법원에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박전비서관은 특히 폐쇄공포증이 있어 1평 남짓한 독방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것이 한 면회자의 전언. 이 때문에 그는 김전장관과 달리 면회온 사람들을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박전비서관은 또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아직 삭이지 못한 것 같다고 그를 만났던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30일에 있었던 “박전비서관은 ‘축소보고’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대검 수사발표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전장관에 대한 원망도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로 예정됐던 김전장관에 대한 보석 심리 공판은 김전장관이 “감기 몸살이 심하고 언론에 노출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법정에 나오지 않아 열리지 못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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