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북초등학교 담장에 걸린 플래카드가 행인의 눈길을 끈다. 북초등학교 어머니회와 교직원 명의로 작성된 이 플래카드는 속칭 ‘미아리 텍사스’ 윤락가에서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김강자(金康子)서울 종암경찰서장을 격려하기 위한 것. 미성년 매매춘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다.
‘매매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서장에게 사회 각계의 격려와 후원이 밀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11일엔 황산성(黃山城)전환경부장관 등 여성계 인사들로 구성된 ‘여성지도자모임(회장 김송자·전여성개발원원장)’ 회원들이 종암서를 방문, 김서장을 격려했다. 한국야쿠르트의 임직원들로 구성된 ‘사랑의 손길펴기회’가 매달 월급 가운데 일정액을 적립해 이번 ‘전쟁’에 참여하는 경찰관들을 격려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12일엔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가 방문해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기를 바란다”며 격려금을 내고 갔다.
김서장의 ‘전쟁선포’와 이에 뒤이어 ‘매매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에 예상 외로 들불처럼 번져가자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마다 김서장에게 출연을 희망해 그 요청이 하루 평균 10건을 넘을 정도다. 격려방문 희망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러운 현상을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한 경찰관계자는 “격려와 후원도 좋지만 각종 단체의 사람들이 방문할 때마다 김서장이 집무실에서 몇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거나 수많은 방송요청에 모두 응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한다”며 “거창한 말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