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고교 1학년 때 심하면 실명에 이르게 되는 베제트병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렸다. 그는 경남대 행정학과에 진학했으나 1학년 때 완전히 실명했다.
그는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통해 혼자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하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독학사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91년 처음 응시했다.
이씨는 방송통신대의 강의테이프를 구해 테이프가 늘어져 들을 수 없을 때까지 공부했다. 감독관이 문제지를 읽어준 덕분에 1, 2, 3단계 시험에 차례로 합격했으나 직접 점자를 해독하며 문제를 풀어야 하는 마지막 종합시험은 점자 해독에 익숙하지 않아 번번이 낙방했다.
이씨는 안마원 침술원 등을 전전하며 어렵게 공부를 계속해 6차례나 도전한 끝에 지난해 11월 치른 종합시험에 마침내 합격했다.
이씨는 “언젠가는 대학에 편입학해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맹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이민경(李民炅·28)씨와 결혼, 백일을 갓 넘긴 딸을 낳은 이씨는 “아직도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 컴퓨터 속기를 배우고 있어 자격증을 따면 우선 내 힘으로 가정을 꾸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씨 외에도 소농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전신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누워 생활하는 전영자(全英子·37·여·국문학 전공)씨,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전과목에서 ‘A-’를 받은 박모씨(31·국문학 전공), 역시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부모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공부해 경영학 전공에서 최고점을 받아 우수상을 받은 오모씨(27) 등 화제의 독학사들이 배출됐다.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회 독학학위 수여식에서 618명이 학위를 받았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