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요리 강습에서 중식 일식 양식의 ‘방배동 선생’ 최경숙씨와 쌍벽을 이루는 한식의 대가 ‘옥수동 선생’ 심영순씨(60). 요리강사 생활 30년 노하우를 담은 ‘최고의 우리맛’(동아일보)이 발간 4일만에 초판 1만부가 팔려나가고 재판 5000부가 각 서점에 막 깔렸다.
심씨 음식은 궁중요리나 반가(班家)요리, 혹은 전라도 경상도 음식이 아니다. 오늘 저녁 집에서 우리가 마주할 밥상 그대로다. 맛에서 ‘최고’라는 점을 빼 놓고는. 심씨 자신도 친정 혹은 시댁밥상에서 요리법을 배웠다며 다만 요리조리 궁리해 맛을 더해 왔다고 말한다.
학원(서울 성동구 옥수동) 조리실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기자를 만난 심씨는 “배추국을 끓일 때 배추를 그냥 넣잖아. 그럼 된장 푼 국물은 짜고 배추는 비릿하면서 싱겁지. 이렇게 배추에 밑간을 해야 국물은 국물대로 깔끔한 맛이 나고 배추도 맛이 입에 딱 붙지”라고 설명한다. 한가지 요리를 하더라도 재료 각각에 밑간을 해줘야 감칠 맛 혹은 깊은 맛이 난다는 설명이다.
갈치를 다듬던 심씨가 오렌지 쥬스같이 노르스름한 액체를 넣길래 뭔가 물었더니 향신즙이란다. 배 무 양파 마늘 생강을 갈아 즙을 내 인공조리료 대신 양념장으로 사용한다는 것.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음식의 맛도 훨씬 좋아진다고.
향신즙을 비롯해 향신장 향신기름 단촛물 고추기름 겨자초장 등 심씨가 개발한 자연양념장은 12가지나 된다. 밥 국 찌개 찜 구이 전 김치 젓갈 떡 등 음식 종류에 따라 다루는 것도 색다른데 대략 200가지로 분류된다. ‘심영순식 양념장’만드는 법은 요리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요리책시장에서는 ‘엄청 간단’ 혹은 ‘초스피드’ 요리법이 판을 치는데 심씨의 요리법이 다소 번거롭게 보인다. 이 말을 했더니 심씨는 “가족의 몸을 만드는 음식이기에 보약 보다 잘 섬겨야 한다”며 “내 책을 찬찬히 읽어본 뒤 두세번 해보면서 요리법을 터득해 놓으면 평생 자신과 가족이 ‘최고’의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가볍게 일축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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