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미국의 제프리 삭스 교수(47)가 하버드대를 떠나 컬럼비아대로 자리를 옮긴다. 이로써 하버드대는 저명한 학자를 한 명 더 잃게 됐고 컬럼비아대는 작년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전 세계은행 부총재)를 스카우트한 데 이어 삭스 교수마저 영입, 경제학 교수진을 더욱 탄탄히 함으로써 왕년의 영화를 되찾아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삭스 교수는 7월부터 컬럼비아대의 지구연구소 소장직과 3개 단과대학의 교수직을 맡게 된다고 컬럼비아대 측이 발표했다. 각종 급부를 제외하고 연봉만 30만달러(약 3억9000만원)를 받게 되며 연구소에서 매년 1000만∼1500만달러(약 130억∼195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삭스 교수는 이적의 이유로 “지구연구소에서 나의 지론인 ‘지속 가능한 제3세계의 경제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저명한 흑인학자인 앤서니 아피아 교수가 로런스 서머스 총장과의 갈등 때문에 프린스턴대로 떠나고 코넬 웨스트 교수 역시 프린스턴행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삭스 교수마저 잃게 됐다.
삭스 교수는 대학원을 함께 다녔고 교수생활도 함께 했던 서머스 총장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을 때 그를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금융위기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에게 고금리 처방을 하는 것은 이들 국가의 고통을 심화시키고 실업자만 양산하게 된다”는 논리였다.
작년 하버드대로 돌아온 서머스 총장은 부임 후 과거의 감정을 잊고 삭스 교수의 말대로 ‘후원자’가 됐다지만 ‘겉으로만 그랬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