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위공무원이 공직사회의 형식주의를 때로는 반성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튀는 글’을 웹사이트에 계속 올리고 있어 화제다.
해양수산부 최낙정(崔洛正) 기획관리실장(1급). 그는 작년 9월부터 이달 8일까지 모두 69편의 글을 해양부 웹사이트(www.momaf.go.kr)에 올렸다.
최 실장이 대부분의 글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은 형식에 치우친 관료주의 문화를 없애자는 것.
“모든 것을 계량화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오너도 없다보니 그냥 윗사람의 지시나 선례를 답습하는데 너무나 익숙해 있습니다.”(군사문화의 청산으로)
“공직에 근무하면 할수록 발랄함과 생기가 점점 줄어가는 것 같습니다. 옷차림부터 튀지 않으려 하고 회의 때는 ‘윗사람에게는 무슨 말이든지 하면 손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냥 벙어리가 되고 맙니다.”(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
“고위직일수록 일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문제입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많은 돈을 벌며 국민을 편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잘 놀자)
권력기관이나 폭탄주 문화도 최 실장의 비판 대상이다.
‘겸손한 권력이 강한 국가를 만든다’는 글에서 그는 역대 정권이 개혁에 실패한 이유로 “소위 힘이 있다는 권력기관부터 힘을 빼는 개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폭탄주를 폭파하자’는 글에서는 “술자리에서 만들 수 있는 화합이란 학연 지연에 이은 ‘주연(酒緣)’ 만들기”라고 꼬집기도 했다.
최 실장은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공직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주말에 3, 4편씩 글을 써 올렸다”면서 “격려 메일도 많지만 혼자만 튀지 말라는 질책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부끄러운 자화상▼
·윗사람 지시에 너무 익숙
·튀면 손해…벙어리 생활
·참사 수습보다 보고 열중
·효율 안따지고 일만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