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2 사단복무 이강전병장 백혈병환자에 골수기증

  • 입력 2002년 4월 26일 18시 12분


이강전 병장(왼쪽)와 어머니 최희영씨
이강전 병장(왼쪽)와 어머니 최희영씨
군복무 중인 장병이 민간인 백혈병 환자를 위해 골수 기증을 자원해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 동두천시의 미2사단 제2보병연대에서 카투사로 복무중인 이강전 병장(25)은 26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에서 두시간에 걸쳐 자신의 골수를 뽑아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 병장의 골수는 이날 다른 병원에 있는 10대 소녀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이 병장의 골수 기증은 지난해 4월 군대 동료의 여자친구가 백혈병에 걸려 골수이식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전우 5명과 골수기증을 자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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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아 골수를 기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골수은행협회 측으로부터 “골수를 기증하면 몸에 해롭다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골수기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곧장 협회 측에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고 자신의 골수가 필요할 경우 어떤 백혈병 환자에게도 기꺼이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올 1월 한국골수은행협회는 그의 유전자 정보와 95%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를 확인했고 최근 정밀검사를 통해 100% 일치한다는 판정을 내려 26일 골수이식 수술이 이뤄진 것.

이 병장은 “하늘이 내게 축복을 내려 남을 도울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며 “얼굴도 모르는 환자지만 꼭 완쾌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번의 이식수술로 부족하다면 다시 이식 수술에 참여하겠다”며 “헌혈로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골수기증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병장의 골수기증에는 아들의 선택에 격려를 보낸 부모도 큰 힘이 됐다.

어머니 최희영씨(54)는 “아들이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했을 때 무척 놀랐지만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환자와 그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진정으로 남을 사랑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 6월 제대해 국민대 물리학과 3학년에 복학할 예정인 이 병장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동두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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