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목사는 해마다 4월로 접어들면 부부의 날 행사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내 유성숙(劉成淑·35)씨로부터 “정작 우리 가정엔 봄이 없어진 지 오래됐다”는 푸념도 듣는다.
그는 “올 행사는 준비가 무척 어렵다”고 말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탓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원을 뚝 끊었기 때문. 후원자를 찾고 행사준비를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그래서 빚을 내 서울과 부산 행사를 일단 마친 다음 혼자 경남 창원∼마산시와 광주시가지를 가로질러 달리는 ‘레이스’를 펼치면서 홍보와 함께 후원자를 모으기로 했다.
경남 산청 출신의 권 목사는 91년 9월 하동 화개장터에서 순천이 고향인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해 10월 ‘영호남 부부모임’을 결성한 데 이어 95년에는 부부의 날을 주창했다.
가정의 달 5월에 ‘둘이 하나된다’는 의미를 담아 ‘21일’로 정했다. 2000년에는 ‘부부의 날 위원회’가 출범했고 ‘부부의 전화’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서울과 부산, 대전 등 8개 도시에서 18일부터 21일 사이에 부부의 날 축제가 열린다. ‘부부폭력 제로운동 선포식’과 ‘부부 사랑나눔 고백의 시간’, ‘내 배우자 자랑’ 등의 행사가 준비된다.
권 목사는 지난해 부부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달라며 국회에 청원을 내기도 했다.
그는 “건강한 부부, 행복한 가정만이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부부의 날이 배우자와 가정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16-586-6091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