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포 김상환씨, 조선무예 훈련도감 10년만에 영어번역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12분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는 무술기법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부국강병을 꿈꾸던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책입니다.”

미국에서 태권도를 연구하는 김상환(金常煥·45·코네티컷주 거주)씨가 조선후기 무예훈련 교범인 무예도보통지를 10년간의 노력 끝에 영어로 번역했다. 무예도보통지는 1790년 정조의 명으로 이덕무 박제가 등이 집대성한 전통무예 훈련도감.

태권도 공인 7단인 김씨는 영남대를 졸업한 뒤 85년 미국으로 건너가 루이지애나주 라샐대에서 스포츠영상미디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태권도를 연구하다 무예도보통지를 접한 뒤 이 귀한 책을 널리 알리고 싶어 번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2000년 초판이 나온 뒤 현재까지 8만여권이 팔렸으며 4판 발행을 준비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영역본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한국문화자료로 보관돼 있다.

“번역이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수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예도보통지는 내용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겨 있는 책이라 반드시 번역해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습니다.”

전 세계에 태권도장 50곳을 운영하면서 한국문화 다큐멘터리 회사도 경영하는 그는 사재를 털어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주제로 영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9일 모교를 방문한 김씨는 “무예도보통지를 번역하고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살펴보니 우리나라가 땅은 작지만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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