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근(金三根·67·사진)씨가 화랑용사촌을 설립한 것은 64년. 6·25전쟁 발발 당시 중학생이던 김씨는 학도지원병으로 입대했다가 51년 경기 포천 전투에서 왼쪽 다리를 다쳐 제대한 뒤 사회적 차별과 가난으로 고생하는 상이용사들을 모아 자활터전을 마련했다.
서울 공릉동 철길 옆 야산에서 천막을 치고 출발한 화랑용사촌은 처음 몇 대의 수동 직물 기계로 스웨터를 생산하던 수준에서 지금은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기업이자 18가구의 보금자리로 자리잡았다.
군에 겨울내의와 목도리, 구두끈 등을 납품해 온 화랑용사촌은 올해 국방부에 의해 우수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상이용사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동료가 철저한 품질관리와 납기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납품업체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게 됐고요.”
김씨는 또 “한쪽 다리와 손을 못쓰는 저는 그래도 낫습니다.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각종 장애를 가진 상이용사들을 기피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고 말했다.
매년 현충일이 되면 김씨와 마을사람들은 국립묘지를 찾아 먼저 간 동료들을 추모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