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닮은 미국인 칩 굿씨 “한국 응원할까봐요”

  • 입력 2002년 6월 10일 17시 48분


한국 축구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빼닮은 미국인이 있다. 호주계 투자전문 회사인 렌드리스의 칩 굿 사장(43)이다. 그의 사무실은 붉은 악마들의 주집결지인 세종로 네거리의 동아일보 사옥 18층에 있다.

10일 오전 한국-미국의 경기를 앞두고 그를 만났다. 세종로 일대는 벌써 심장박동 소리와도 같은 강한 비트의 응원가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넘실거리고 있었다. 굿 사장은 ‘Be the Reds’가 새겨진 새빨간 셔츠를 입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신문광고를 배경으로 자리를 잡은 그는 “정말 닮았나요”라고 익살스럽게 물었다. 그는 “저 응원가가 들리죠. 한국인들이 고통을 극복했고 경제도 잘 돌아가는 이 때 이런 경기가 열리는 한국에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가 히딩크 감독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초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였다. “한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아당기며 자꾸 나를 보라고 하는 듯 하기에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순간 긴장했죠. 그랬더니 함께 간 한국 친구가 ‘히딩크 감독을 닮아서 그럴 것’이라고 말해주더군요.”

미국 텍사스 출신인 그는 “히딩크 감독이 폴란드전에서 승리한 후 한국의 국민적 영웅이 돼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누구든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이 성공하고 유명해지면 기분 나빠 할 사람을 없을 터이다. 그는 이날 오후 전 직원과 함께 광화문 근방 호프집에서 한국-미국전을 보며 응원하기로 했다면서 직원들 중에는 미국인도 있고 한국인도 있어서 응원구호도 ‘대∼한미국’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감독과 선수, 국민의 노력을 보면 한국은 16강에 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한미 양국이 나란히 16강에 올랐으면 좋겠어요.”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이냐고 묻자 순간 난처해했지만 “사람들이 나를 히딩크 감독으로 알아보고 유명인사 대접을 해주니 한국을 응원해야 할 이유가 더 있는 셈이죠”라며 밝게 웃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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