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염원담고…”50代부부 38선따라 한반도 횡단

  • 입력 2002년 6월 23일 18시 48분


“6월 25일이 다가오면 사진으로만 뵌 아버지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부상한 채 몸져누워 고통스러워하던 오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매년 6월 25일이 되면 ‘통일’을 염원하며 38선을 따라 한반도를 횡단하는 유대지(53·한국복지의료공단 근무·경기 성남시·사진 왼쪽) 이순필씨(53·결혼상담실 운영) 부부. 이들 부부는 6·25전쟁으로 가족이 고통받은 아픔을 함께 갖고 있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어 유복자로 태어난 유씨는 5세 때 어머니마저 여의어 시장에서 멸치장사를 하던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났다.

부인 이씨는 집안의 독자로 전쟁에 나갔다가 왼쪽 팔을 다친 큰 오빠가 평생을 불구로 살다 8년 전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유씨가 일하던 면사무소에 이씨가 호적등본을 떼러갔다 만나 함께 살게 된 이들 부부는 6·25전쟁으로 가족이 찢어지는 상처를 누구보다 아프게 겪었다.

한반도에 그어진 분단의 상처를 따르는 이들의 여정은 94년 남북이 핵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당시 통일전망대에서 백령도까지 휴전선 155마일을 따라 도보로 횡단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부부는 이어 97년부터 2000년까지 매달 한 차례씩 차를 이용해 38선을 따라 달렸고, 2000년 8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위도 38도선을 따라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달리기도 했다. 이들은 25일 오전 0시에 강원 양양 하광정을 출발해 한계령을 넘어 북춘천에서 임진각에 이르기까지 12시간에 걸쳐 38선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를 따라 97년 이후 48번째 평화의 전도사로 나선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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