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온 향학열…美고교졸업생 앤디 치앙 ‘당찬 도전’

  • 입력 2002년 7월 26일 18시 39분


“지구촌 시대에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못 갈까요.”

6월14일 경북 포항시 포항공대에 미국인 고교 졸업생 앤디 치앙(18)이 두툼한 책가방을 들고 찾아들었다. 5월 미국 텍사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9월 텍사스주립대 입학을 앞두고 2개월간 포항공대에서 공부하기 위해 혼자 태평양을 건너온 것.

“대학입학 때까지 남은 기간을 유익하게 보내고 싶었어요. 생명과학 분야에 우수한 대학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포항공대를 알게 됐습니다. 월드컵이 열리는 곳이고 할아버지가 중국인이어서 한국을 택했어요.”

치앙군은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서판길(徐判吉·51) 교수에게 e메일을 보내 자신의 계획을 밝히고 도움을 부탁했다.

이에 서 교수는 치앙군이 고교재학 중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는 대학의 교수에게 추천서를 요청했고 ‘매우 우수하고 성실한 학생’이라는 답변을 듣고서야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치앙군은 지금 대학원생들과 함께 신경세포의 변화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어떻게 혼자 여기까지 왔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라에 관계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을 찾아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고 경험하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함께 졸업한 다른 학생들도 대학입학 전에 봉사활동을 하거나 자기 계발을 위해 외국에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 교수는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치앙군의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다”며 “과학 실력이 학부 3학년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앙군은 함께 실험하고 있는 대학원생 김현수(金賢洙·35·고려대 의대 졸)씨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공식 연수가 아니기 때문에 학비는 내지 않고 생활비는 서 교수가 보조해주고 있다.

김씨는 “연구실을 견학하러 온 줄 알았는데 공동연구를 할 만큼 기초가 잘 잡혀 있다”며 “자정을 넘기고도 시간이 아까워 실험에 몰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음달 17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치앙군은 “30년 뒤 내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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