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에 위치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 소천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혜련(李惠蓮·35) 교사.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교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당중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올 2월 가족과 함께 이곳 봉화로 이사왔다.
“부모님이 펄쩍 뛰었어요. 직장에 다니던 남편도 처음엔 내키지 않은 눈치였고요. 하지만 더 늦으면 기회가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생겼어요. 제가 막상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아이들 교육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지더군요.”
한 학기를 농촌에서 근무한 이 교사는 “안타까울 정도로 환경이 어렵지만 누군가는 희망을 꿈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갈수록 더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교대를 졸업하고 서울시내 학교에서 9년을 보낸 날들을 돌아봤어요. 학생들을 ‘교육’했다기보다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나 ‘통제’하는 데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학생수가 많다 보니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사무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고요.”
이 교사는 봉화에 내려와서 비로소 아이들과 눈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소천초교는 농촌학교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한때 전교생이 800여명이나 됐으나 지금은 전교생 50명에 5개 학급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 교사는 아들 태원이(7)를 내년에 소천초교에 입학시킬 예정이다. 아들이 농촌에서 성장하고 농촌에 정착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
남편 이광철(李光哲·35)씨는 밭 1000여평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농촌으로 내려가 새로운 삶을 꾸려보자는 아내의 제의에 처음엔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지만 잘 온 것 같다”며 “교육 때문에 농촌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지만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사의 영향 때문인지 서울에서 함께 근무하던 선배가 봉화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어 이 교사는 마음이 뿌듯하다.
초등학생 딸 둘을 둔 부순홍(夫淳洪·37·서울 송중초교 교사)씨는 “이 교사가 내려간 뒤 거의 매달 봉화를 찾고 있다”며 “우선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은 분이 있으면 1년 정도 교환근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교사인 부씨는 가족을 설득한 뒤 봉화에 정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지금 환경교육 연수에 몰두하고 있는 이 교사는 “개학하면 아이들과 함께 농촌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희망의 싹을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봉화〓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