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애원 설봉스님 "美기자 한국사랑에 반해 도자기 빚었죠"

  • 입력 2002년 8월 5일 18시 40분


“붉은 악마의 응원 열기가 ’백자와 같이 맑고 순수한 마음에서 피어난 열정’이었음을 알려주자는 뜻에서 도자기를 만들었어요.”

도예가이면서 청소년 전통문화수련원인 무애원(인천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을 운영하고 있는 설봉 스님(사진)은 월드컵기간 중 취재차 한국에 와 한국인을 사랑하게 된 사연을 CNN 웹 사이트에 올렸던 미국 스포츠 전문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그랜트 왈 기자에게 5일 ’뜻깊은 선물’을 마련했다.

왈 기자에게 소포로 부쳐질 선물은 백자 한 점. 수십차례의 정제 과정을 거치며 밤나무 재와 고령토 등에서 자연 유약을 추출해 정성스레 토기에 바른 뒤 스님이 직접 가마에 불을 짚여가며 만든 작품이다.

‘내일은 있다’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백자는 부드럽고 은은한 흰색 바탕에다 주둥아리가 불꽃과 새싹 형태를 띠고 있다.

설봉 스님은 “월드컵 직후 왈 기자가 월드컵 취재를 마치고 인터넷에 올린 ‘한국에 띄우는 러브레터’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칭하는 그에게 백의민족의 순수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백자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설봉 스님은 인천대 영어 강사인 문현지씨(35·여)의 도움으로 e메일을 통해 왈 기자와 접촉해왔다.

왈 기자는 문씨를 통해 “한국에서 느낀 점을 담담히 썼을 뿐인데, 나의 글이 한국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스님의 선물이 분에 넘치지만 감사하게 받겠다”고 밝혔다.

설봉 스님은 1995년부터 해병대 등 군장병을 대상으로 도자기 공예교실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선물꾸러미를 안고 철책선에 근무하는 군인들을 방문해 강화 일대에서는 ‘산타 스님’으로 통하고 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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