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이면서 청소년 전통문화수련원인 무애원(인천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을 운영하고 있는 설봉 스님(사진)은 월드컵기간 중 취재차 한국에 와 한국인을 사랑하게 된 사연을 CNN 웹 사이트에 올렸던 미국 스포츠 전문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그랜트 왈 기자에게 5일 ’뜻깊은 선물’을 마련했다.
왈 기자에게 소포로 부쳐질 선물은 백자 한 점. 수십차례의 정제 과정을 거치며 밤나무 재와 고령토 등에서 자연 유약을 추출해 정성스레 토기에 바른 뒤 스님이 직접 가마에 불을 짚여가며 만든 작품이다.
‘내일은 있다’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백자는 부드럽고 은은한 흰색 바탕에다 주둥아리가 불꽃과 새싹 형태를 띠고 있다.
설봉 스님은 “월드컵 직후 왈 기자가 월드컵 취재를 마치고 인터넷에 올린 ‘한국에 띄우는 러브레터’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칭하는 그에게 백의민족의 순수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백자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설봉 스님은 인천대 영어 강사인 문현지씨(35·여)의 도움으로 e메일을 통해 왈 기자와 접촉해왔다.
왈 기자는 문씨를 통해 “한국에서 느낀 점을 담담히 썼을 뿐인데, 나의 글이 한국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스님의 선물이 분에 넘치지만 감사하게 받겠다”고 밝혔다.
설봉 스님은 1995년부터 해병대 등 군장병을 대상으로 도자기 공예교실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선물꾸러미를 안고 철책선에 근무하는 군인들을 방문해 강화 일대에서는 ‘산타 스님’으로 통하고 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