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소사이어티' 저자 드러커와 10년 교분 이재규교수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00분


“피터 드러커 교수의 예리한 통찰은 나이를 잊은 왕성한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한국의 최고경영자(CEO)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드러커 교수(93·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대 드러커경영대학원)의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다음 사회)’를 한국어로 옮긴 대구대 이재규(李在奎·54·경영학·사진) 교수는 “드러커 교수는 자신이 강조한 지식근로자의 모습을 스스로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92년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처음 국내에 소개한 것을 계기로 드러커 교수와 인연을 맺은 뒤 10년 동안 만나면서 해마다 한 권씩 드러커의 저술을 번역해 ‘드러커 경영 사상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0년 전 드러커 교수의 책을 읽고 우리 사회에도 좋은 길잡이가 되겠다 싶어 서울의 출판사를 찾았더니 ‘지방대 교수가 해낼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었어요. 사정하다시피 설득해 번역을 시작했는데 기업경영자에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드러커 교수의 생각에 공감해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90세가 넘은 학자의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탁월한 생각이 넘쳐요.”

드러커 교수는 이 교수를 통해 한국 사회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드러커 교수는 한국을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 데 가장 적당한 나라’로 꼽았으며 한국 사회가 직면할 몇 가지 도전과 한국인들이 미래를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충고도 하고 있다.

“그는 쉴 새 없이 세계의 유명한 신문과 잡지를 정독하면서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내다봅니다. ‘지식근로자’ ‘민영화’ 등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많은 틀을 창안해낸 것도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덕분일 겁니다. 올 초 만났더니 페루의 미술에 빠져있었는데 ‘좀 젊었을 때 한국의 도자기를 공부했어야 했는데…’라며 무척 아쉬워하더군요.”

이 교수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책을 여러 권 썼는데 어느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드러커 교수에게 물었더니 ‘다음에 나올 책’이라고 했다”며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은 늙는다’는 그의 좌우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2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코스모타워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피터 드러커와 다음 사회’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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