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고경영자(CEO)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드러커 교수(93·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대 드러커경영대학원)의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다음 사회)’를 한국어로 옮긴 대구대 이재규(李在奎·54·경영학·사진) 교수는 “드러커 교수는 자신이 강조한 지식근로자의 모습을 스스로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92년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처음 국내에 소개한 것을 계기로 드러커 교수와 인연을 맺은 뒤 10년 동안 만나면서 해마다 한 권씩 드러커의 저술을 번역해 ‘드러커 경영 사상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0년 전 드러커 교수의 책을 읽고 우리 사회에도 좋은 길잡이가 되겠다 싶어 서울의 출판사를 찾았더니 ‘지방대 교수가 해낼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었어요. 사정하다시피 설득해 번역을 시작했는데 기업경영자에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드러커 교수의 생각에 공감해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90세가 넘은 학자의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탁월한 생각이 넘쳐요.”
드러커 교수는 이 교수를 통해 한국 사회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드러커 교수는 한국을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 데 가장 적당한 나라’로 꼽았으며 한국 사회가 직면할 몇 가지 도전과 한국인들이 미래를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충고도 하고 있다.
“그는 쉴 새 없이 세계의 유명한 신문과 잡지를 정독하면서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내다봅니다. ‘지식근로자’ ‘민영화’ 등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많은 틀을 창안해낸 것도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덕분일 겁니다. 올 초 만났더니 페루의 미술에 빠져있었는데 ‘좀 젊었을 때 한국의 도자기를 공부했어야 했는데…’라며 무척 아쉬워하더군요.”
이 교수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책을 여러 권 썼는데 어느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드러커 교수에게 물었더니 ‘다음에 나올 책’이라고 했다”며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은 늙는다’는 그의 좌우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2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코스모타워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피터 드러커와 다음 사회’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