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감시 뚫고 독립심고취 방송인 동우회 기념식

  • 입력 2002년 9월 5일 18시 19분


“항일 단파방송 연락운동은 일제 침략으로 고통받던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준 방송인의 독립운동입니다.”

한국방송인동우회(회장 한영섭·韓永燮·사진)는 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물망비(勿忘碑)’ 앞에서 일제 강점기 방송인들의 항일 의거인 ‘단파방송 연락운동’ 기념식을 갖는다.

이 사건은 한국 방송사에서 ‘단파 사건’으로 불린다. 1942년 조선방송협회 등에 근무하던 방송인들은 일제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단파 수신기로 ‘미국의 소리(VOA)’방송을 청취해 이승만 박사와 김구 선생의 연설 ‘고국동포에게 고함’ 등과 국제 정세를 국내에 알렸다. 특히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유학한 뒤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던 홍익범씨는 이 방송 내용을 송진우 김병로 등 국내 인사들에게 전했다. 이 사건의 파장은 컸다. 42년 12월 일제는 사건과 관련해 전국에서 300여명을 검거했으며 43년 성기석 송진근 등 10여명의 방송인에게 실형을 내렸다. 홍 기자는 43년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한 회장은 “패망이 가까워진 일제는 극도의 정보 통제 정책을 실시했다”며 “당시 단파방송과 홍 기자의 입은 국내 인사들에게 국제 정세의 변화를 알려주는 창구였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인동우회는 이 사건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90년 물망비를 세운 뒤 매년 9월초 기념식을 열고 있다. 66년 결성된 이 단체는 전 현직 방송인 300여명이 가입돼 있으며 ‘바른말 보도상’을 시상하고 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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