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李大鎔·78) 전 베트남 공사가 27년 전 베트남 사이공시(현 호치민시) 한 아파트에서 자신을 체포해 5년동안 옥고(獄苦)를 치르게 한 즈엉 징 특 주한 베트남 대사(61)를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남서로터리클럽 총회에 지난해 7월 부임한 특 대사가 연사로 초청됐고, 로터리클럽 회원인 이 전 공사가 총회에 참석해 이뤄졌다.
1975년 10월 3일 사이공시의 한 아파트에서 패망한 베트남을 떠나지 못하고 5개월여 동안 연금상태에 있었던 이 전 공사에게 특 대사가 들이닥쳤다. 특 대사는 베트남 혁명사업을 방해한 혐의로 이 전 공사를 체포해 조사까지 벌였으며 그 후 이 전 공사는 80년초 석방되기 전까지 5년 동안 사이공 인근 치화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전향을 하라는 특씨의 권유를 거부했죠. 죽을 각오로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고문을 당하지 않았지만 297일간 햇빛이 없는 지하독방 생활을 견뎌야 했어요.”
이 전 공사는 그 생활이 얼마나 힘겨웠던지 한-베트남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뒤에도 베트남 쪽은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로 나라를 위해 일하다 그렇게 됐는데 개인적인 감정은 가질 필요가 없지요.”
“세상에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죠. 앞으로 자주 만나기를 바라요.”
이 전 공사의 말에 특 대사는 악연을 인연으로 이어가자며 이 전 공사의 손을 꽉 잡았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