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처음으로 학교에서 보직을 맡게 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이명천(李明天) 교수는 지인들이 축하하기 위해 보내온 난(蘭) 화분들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기분은 좋았지만 꽤 비싼 화분들을 관상용으로만 두자니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차라리 화분말고 쌀을 받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 이 교수는 화분을 보낸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뜻은 고맙지만 앞으로는 화분 대신 쌀을 보내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지난해 3월 학교 홍보실장이 됐을 때는 이 교수의 이런 뜻이 제대로 반영돼 나타났다. 화분 대신에 리본이 달린 10㎏, 20㎏들이 쌀 수십 포대가 이 교수 연구실에 답지한 것.
이 교수는 이 쌀들을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지체장애시설에 전달했다.
이 교수의 이야기는 주변으로 옮아갔다. 식당을 하는 이 교수의 고향 후배 한종철(韓種喆·42)씨도 동조하기로 하고 주위 지인들에게 뜻을 전했다.
그 결과 한씨는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식당을 개업했을 때 20㎏들이 ‘개업축하 쌀’ 120포대를 받았으며 이를 14일 이 교수에게 전달했다.
이 교수는 이 쌀들을 태풍 루사로 피해를 본 지역에 보내기로 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