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 '몽유도원도' 여주인공역 이혜경씨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08분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크리스틴이 이번에는 개로왕의 광기어린 사랑을 받는 아랑으로 뮤지컬 팬을 찾아온다.

데뷔 5년만에 ‘오페라의 유령’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혜경(31)은 다음달 15일부터 시작되는 국내 창작 뮤지컬 ‘몽유도원도’에서 여주인공 아랑역을 맡은 것. 김성경과 더블 캐스팅이다. ‘몽유도원도’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도미설화를 토대로 한 최인호의 동명 소설이 원작. ‘명성황후’를 제작한 에이콤이 13억원을 들여 만들며 총 2막11장, 2시간30분에 이른다. ‘명성황후’를 연출한 윤호진씨가 이번에도 총지휘를 하고 음악 역시 ‘명성황후’때와 마찬가지로 김희갑씨(작곡)와 부인 양인자씨(작사)가 맡는다.

지난달 5일부터 ‘몽유도원도’ 연습에 들어간 이혜경은 연일 밤 10시가 넘는 늦은 시간까지 예술의 전당 연극연습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소설 몽유도원도는 읽었는데 일단 원작이 너무 좋고 재미있더군요. 아랑은 관능미와 청순미를 동시에 갖춘 인물인데 제 연륜이 짧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어요.”

10개월간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을 끝내고 쉴틈도 없이 ‘한여름 밤의 꿈’에 출연했고 또다시 ‘몽유도원도’를 시작하게 된 셈이다. 이럴 때 듣게 되는 가장 흔한 대답. “작품이 너무 탐이 나서”.

“원작 소설도 좋은데다 ‘명성황후’를 만든 에이콤의 작품이라는 점이 끌렸어요. 사실 제가 ‘오페라의 유령’ 때문에 제가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정상은 아니잖아요. 이번 기회에 뮤지컬 배우로서 더 성장하고 한 단계 더 올라서고 싶어요.”

술, 담배를 안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 덕분인지 쉴틈 없이 ‘혹사당한’ 목소리는 여전히 맑았다. 아랑의 상대역인 개로왕(여경)역을 맡은 김성기는 “마치 동양화의 사군자를 연상시키는 깨끗한 목소리”라고 이혜경을 평했다.

‘오페라의 유령’때 500대 1의 경쟁을 뚫고 크리스틴에 뽑혔던 그는 이번에도 역시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됐다.

결혼 3년차. 지난해 ‘오페라의 유령’ 때문에 ‘2세 계획’을 미뤄야 했던 그는 ‘몽유도원도’ 때문에 또다시 아기를 미루게 됐다.

이혜경은 성신여대 성악과를 졸업후 1996년 서울시 뮤지컬단에서 들어가 활동해왔으며 지금까지 10여편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작으로 역시 ‘오페라의 유령’을 꼽지만, 많은 뮤지컬 팬들은 ‘베르테르’의 ‘로테’로 그를 기억한다. 그도 로테에 애정이 깊어 자신의 홈페이지 이름도 ‘로테의 홈’으로 지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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