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씨 부친 “내 아들이 日에서 다시 태어난 느낌”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5시 08분


"우리 애는 곁을 떠났지만 장학금 수여식에 와 보니 내 아들이 일본에서 다시 태어난 느낌입니다."

17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신쥬쿠(新宿)구의 한 이벤트홀에서 열린 '이수현(李秀賢)현창(顯彰)장학회' 첫 번째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한 고 이수현씨의 부친 이성대(李盛大)씨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고 이수현씨는 고려대 무역학과를 다니다 일본에 유학, 일본어를 공부하던중 지난해 1월16일 도쿄 시내의 한 전철역 철로에 취객이 추락한 것을 보고 일본의 한 카메라맨과 함께 철로에 뛰어내려 취객을 구해냈지만 미처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의롭게 숨졌다. 고 이수현씨의 아버지 이성대씨와 어머니 신윤찬(申潤贊)씨는 장학회의 명예회장으로 이날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했다.

부친 이성대씨는 "유학생들을 보니 마치 아들을 보는 느낌이 든다"면서 "아무쪼록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 수현이가 못다한 꿈을 이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각지의 일본어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한국 중국 베트남 태국 등지의 학생 93명에게는 고 이수현씨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장학금이 전달됐다. 장학금은 한 학기에 15만엔(약 150만원)씩 지급되며 매학기 100명∼120명정도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장학금 재원은 이씨의 부모가 기증한 1억원과 이씨가 다녔던 일본어학교 아카몽카이(赤門會) 등지에 위로금으로 모아진 약 3억원 등이며 현재도 일본의 각계각층의 기부를 받고 있다.

장학회 회장을 맡은 타니노 사쿠타로(谷野作太郞) 전 중국대사는 장학생들에게 "이씨는 좀처럼 감동을 받을 일이 없는 일본 땅에 의로운 행동을 통해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면서 "젊은 여러분이 일본어를 열심히 익혀 21세기에 있어서 일본과 아시아 각국을 잇는 다리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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