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22년…고국오니 푸근해요"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8시 14분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안미크 남 반 베이스(왼쪽에서 세번째). - 사진제공 한국방문의해추진위원회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안미크 남 반 베이스(왼쪽에서 세번째). - 사진제공 한국방문의해추진위원회
“한국에 오니 너무 마음이 푸근하네요. 사람들도 친절하게 대해줘 기뻤습니다.”

22년 전 네덜란드로 입양되어 떠났던 안미크 남 반 베이스(한국이름 남혜경·27·여)가 영화 주인공이 되어 다시 고국을 찾았다. 네덜란드 대사관과 ‘한국방문의 해’ 기획단 후원으로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남, 하멜의 발길을 되밟다(Nam, Hamel revisited)’ 촬영을 위해서다.

이 영화는 300여년 전 조선 땅에서 13년 동안 살았던 네덜란드인 하멜의 발자취를 따라 제주 강진 여수 등을 돌며 한국의 풍물을 소개하는 내용. 월드컵축구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제작되는 이 영화는 내년 로테르담 영화제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하멜 일행이 조선에 머무는 동안 받은 성씨가 남씨래요. 그래서 주인공이 될 조건이 남씨 성을 가진 한국 출신이었답니다. 제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것도 그래서인가 봐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지금 암스테르담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처음엔 한국에 오기가 무척 겁이 났어요. 혹시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요.”

19일 출국하는 그는 “네덜란드로 돌아가면 나에게 한국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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