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사무실은 흥분에 들떠 있었다. 세계적인 온라인 지도 제작업체인 월드 아틀라스사(www.worldatlas.com)가 이 회사가 제작하는 지도에 그동안 써오던 일본해 표기에다 ‘동해’를 병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월드 아틀라스사의 지도는 세계 각국의 수업시간에 활용될 만큼 유명하다.
월드 아틀라스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특히 ‘반크와 한국인들의 애국심이 이번 변화의 명백한 승자’라고 밝힐 정도로 반크의 노력을 크게 샀다.
‘동해 이름 되찾기’의 주인공은 박기태(朴起台·29) 이정애(李貞愛·30) 이선희(李宣熹·29) 장성일(張星日·24) 임현숙(林賢淑·21) 다섯명의 회원. 그러나 이들은 꾸준히 항의편지를 전세계에 보낸 전국 1만1300여명의 초중고교생 회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반크는 1999년 5월 온라인을 통해 회원 1명당 5명의 외국인 펜팔 친구를 사귀어 한국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전파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일종의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단인 셈.
그러나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일방적인 ‘일본해’ 주장이 계속되면서 동해 이름 되찾기 운동에 나섰다. 이들의 활동에 대해 일본인들은 ‘그만하라’는 압력성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항의 메일을 보낼 때 무조건 ‘바꿔주기’를 요구하지 않는 게 철칙. 동해라는 이름의 정당성과 역사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데 주력한다. 이 같은 설득을 통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라이코스를 비롯해 전세계 23곳의 여행, 대학, 해외정보사이트가 ‘동해’를 병기하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 미 중앙정보국(CIA), 유엔 등 외국 300여 단체에 ‘동해’라는 이름을 알리는 메일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
반크 회원들은 “현재 세계지도의 97%가 일본해로, 3%만이 동해로 표기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동해 이름 찾기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