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빕니다]소설가 백파 홍성유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9시 32분


백파 홍성유(伯坡 洪性裕·사진)는 이 시대의 ‘마지막 풍류객’이었다.

2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백파는 호방한 남성적 문체와 현재적 역사의식으로 흠뻑 젖어있는 소설을 많이 썼다. 그의 대표작은 1930년대의 풍운아 김두한(金斗漢) 등을 등장시켜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그린 ‘인생극장’. 일간지에 연재됐던 이 소설은 ‘장군의 아들’로 발간됐으며 영화 ‘장군의 아들’의 원작이 됐다. 지난해 2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에도 고려말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마지막 작품이 됐다.

도박을 좋아한 그는 ‘고스톱’의 복잡미묘한 규칙을 처음 도입한 인물이라고 시인 김종철씨는 회고했다. 학창시절 일본 학생을 때려 감옥에 들어간 그는 감옥에서 배운 기술로 도박의 달인이 됐다. 하지만 딸의 순한 눈빛 때문에 도박판에서 손을 씻었다고 한다. 야구를 좋아해 한때 서울 잠실구장에는 그의 지정석까지 마련돼 있었다.

백파는 무엇보다 문단 최고의 식도락가였다. 전국 각지를 순례하며 ‘맛집’을 소개한 그의 책은 87년 ‘한국의 맛있는 집 666점’이란 제목으로 처음 나온 뒤 94년 ‘한국의 맛있는 집 999점’에 이어 99년 ‘한국의 맛있는 집 1234점’까지 나왔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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