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빕니다]윌리엄 글라이스틴 전 주한美대사

  • 입력 2002년 12월 8일 23시 15분


윌리엄 글라이스틴 전 주한 미국대사가 6일 미국 워싱턴 홈호스피스 병원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그는 1978년부터 3년간 격동기 한국 사회를 서울에서 지켜보며 한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그는 99년 펴낸 회고록 ‘깊숙한 개입, 제한된 영향력’에서 당시의 내막을 알렸다. 그는 79년 12·12 군부 쿠데타 이틀 뒤 당시 전두환(全斗煥) 장군과 대사관저에서 처음 만났는데, 전투복 차림으로 40여명의 중무장한 군인을 대동하고 나와 군부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워싱턴에 보내는 전문에서 수시로 전씨를 ‘거짓말쟁이(liar)’라고 표현했다. 그는 80년 1월 30여명의 군 간부들이 전씨를 제거하려는 역(逆)쿠데타를 기도했으나 실행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는 강경진압이라는 신군부의 잔인한 행동에 미국은 공모자가 아니었으나 무력했던 것만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 민주화 지도자 김대중(金大中)씨의 구명에 힘을 쏟았다는 것.

글라이스틴 전 대사는 지미 카터 행정부 당시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려 했던 움직임은 대통령 개인의 판단이었으며 이후 참모들과 실무진들의 만류로 철회됐다고 밝혔다.

그는 1926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랐으며 예일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뒤 1951년부터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외교관 생활 30여년의 대부분을 타이베이 도쿄 홍콩 서울 등지에서 동아시아 관련 업무를 맡았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두 차례 지냈고, 주한대사가 마지막 공직이었다.

그의 영결식은 13일 낮 워싱턴 올솔스 메모리얼 교회에서 열린다. 유족으로는 미술사학자인 메릴린 웡 여사와 네 자녀가 있다. 메릴랜드주 자택 연락처는 301-320-7533.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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