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이 이 시험에 합격한 것은 이씨가 처음이다.
이씨는 2000년 4월 작고한 ‘마지막 개성상인’ 한창수(韓昌洙)씨의 외손녀.
한씨는 평생 개성상회를 운영하며 인삼 판매로 모은 돈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등 과거 야당 정치인들에게 조건 없이 제공했으며 정치권을 비롯해 학계 예술계 등 각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했던 인물이다.
파리 제5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 논문 제출만 남은 상태인 이씨는 5000여명이 지원한 가운데 600여명을 뽑은 이번 시험에서 프랑스인 남성에 이어 차석으로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4세 때인 82년 유학 가는 어머니 한상인(韓相仁·홍익대 강사)씨를 따라 프랑스로 떠났던 이씨는 10여차례 모국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어려운 한자어를 제외하고는 한국어가 유창하다.
어머니 한씨의 철저한 교육 덕분이다. 집에선 꼭 한국말을 썼고 전화 메모도 한글로 쓰는 것이 의무였다고. 이씨는 영어와 스페인어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이씨는 지난해 사법시험 응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국적을 프랑스로 바꿨다.
그러나 이씨는 친구들에게 프랑스 이름인 카밀 리(Camille Lee) 대신 한국 이름인 ‘이선영(Sun Lee)’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하곤 한다.
앞으로 2년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 변론을 한 뒤 본격적으로 변호사로 활동할 계획인 이씨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영국계 로펌 ‘클리퍼드 찬스’에서 일할 예정.
이씨는 “국제 상법과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