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 부위원장의 발언이 맥락상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과도 사실상 합치되는 주장으로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은 것. 그런데도 발언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인수위원들이 과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관료출신들이 주도하는 인수위 분위기에 대한 잠재적인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 발언의 전말=김 부위원장은 23일 재계의 관심사인 집단소송제도에 대해 상당히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집단소송제에 대해 “집단소송제도와 출자총액제도는 패키지로 봐야 한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집단소송제도를 통해 대내외 신뢰를 높이면서 기업을 시장에 대한 평가에 적응시켜 스스로 변하도록 하면서 출자총액제한을 완화해 나가자는 게 국민의 정부 입법 취지였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야당과 함께 추진하면서 출자총액을 다듬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2분과 정태인 인수위원은 “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관련이 없는 데도 하나 도입되면 하나는 늦춰주는 식은 2년전 기업규제완화로 개혁을 늦췄던 공무원식 발상”이라며 김 부위원장의 발언을 깎아 내렸다.
그는 김 부위원장이 이정우(李廷雨) 경제1분과 간사에게 자신의 발언에 대해 설명한 것을 전해 듣고서도 기자들과 만나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와 집단소송제 도입은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라는 게 경제1분과의 공식입장”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같은 분과의 이동걸(李東傑) 위원은 “지금 내가 말하면 싸움만 붙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수위원과 관료간 갈등 증폭=김 부위원장 발언에 대한 인수위원들의 이 같은 반응은 정부 관료들이 ‘노 당선자의 공약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무리’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정부 부처 출신의 한 국장은 “노 당선자의 공약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도 문제점을 지적하면 ‘그건 노 당선자 공약인데 왜 자꾸 안 된다고 하느냐’고 다그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인수위 내 분위기를 전했다. 상당수 인수위원들은 부처 관료 출신들을 ‘반개혁적’이고 당선자의 공약을 실천하려 하기보다 부처에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은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출신으로 재야운동권 연구단체인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정책 전문가 연대회의’ 회원으로 참여해 왔다.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 동기생인 개혁국민정당 대표 유시민(柳時敏)씨와 절친한 사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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