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이웃 찾아 34년 이발봉사 김봉균씨 국민훈장

  • 입력 2003년 5월 7일 19시 01분


34년 동안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봉사활동을 해온 장애인 이발사 김봉균(金奉均·48·제주 북제주군 한림읍·사진)씨가 제31회 어버이날을 맞아 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효행 부문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5세 때 오른쪽 무릎 관절염을 앓은 김씨는 지체장애 4급 장애인. 그는 홀로 어렵게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중학교 졸업 후인 1967년부터 이발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69년 한림읍 앞바다의 유인도인 비양도에서 무료 이발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벌였다.

김씨가 무료로 머리를 다듬어준 사람은 모두 8000여명이며 지금도 한 달에 한차례 무료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93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봉사자들을 모아 ‘명랑향우회’를 만들어 해마다 경로당 난방비를 지원하고 생활이 어려운 지역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씨는 “뇌중풍으로 쓰러져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90년 세상을 떠났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며 “어머니에게 못 다한 효도를 주위 어른들에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족들과 함께 어버이날마다 경로당을 찾아 일일이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선행을 20년 넘게 계속해 주위에서는 ‘카네이션 가족’으로 소문이 났다. 김씨는 봉사활동에 나설 때면 초등교사 경찰관 대학생인 아들 3형제와 동행해 홀로 사는 노인들의 집안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김씨는 “어려운 생활에서도 묵묵히 따라준 아내가 고맙다”며 “더욱 열심히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라는 뜻으로 상을 받아들이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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