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신인 김 병장은 경기 안양과학대 영어과 1학년을 마치고 2001년 7월 논산훈련소에 입소했으나 소아마비 병력으로 재신검 판정을 받았다.
군의관은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1.5cm 짧아 수술이 필요하다”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목 골반 허리 등의 근육위축이 일어나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훈련소측은 김 병장에게 “수술을 하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며 치료를 권유했다.
집으로 돌아온 김 병장은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무릎 통증으로 고생했지만 견딜 수 있다고 판단, 그해 9월 논산훈련소로 다시 입소해 “얼마든지 군복무를 할 수 있으니 입대하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군의관들도 김 병장의 ‘정성’에 감복해 일단 입대를 허용했다.
그러나 김 병장은 아무런 탈 없이 군복무를 해왔고 지금은 무거운 포탄을 들고 재빨리 전차 속을 드나드는 임무를 거뜬히 해내고 있다.
전우들은 김 병장의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몰랐다가 그가 올 3월 무릎 통증이 심해져 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
김명권(金明權·23) 병장은 “김 병장의 다리 굵기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데도 예사로 보았다”며 “훈련과 운동을 열심히 해 다리가 불편한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 병장은 며칠 전 전차포 사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부대 내 표어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모범병사로 뽑혔다.
중대장 박준용(朴峻用·27) 대위는 “행정병으로 편하게 근무할 수도 있는데 전차병을 하겠다고 우겨 걱정했는데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제대를 하는 김 병장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군 면제 문제로 신문에 자주 나오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며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해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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