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형제 기능올림픽 대표선발 겨루다 동생이 양보

  • 입력 2003년 6월 4일 19시 04분


“브로치를 만지면 동생 생각이 많이 납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제37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귀금속공예 부문에 국가대표로 선발돼 14일 스위스 상갈렌으로 떠나는 박상준(朴相俊·19.사진)군은 4일 “반드시 금메달을 따 동생의 목에 걸어주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상준군과 쌍둥이 동생 상용(相勇)군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인 숙명의 라이벌.

만 22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는 이 대회 참가자격을 따내기 위해 지난해부터 세 차례나 둘만의 평가전을 벌였다. 대표선수로 뽑혀 기능올림픽에서 3위 안에만 들어도 상금과 명예는 물론 군 입대까지 면제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둘 다 놓칠 수 없었다.

1, 2차 평가전 결과 149.5 대 147.5로 형 상준이 간발의 차로 앞선 가운데 올 1월 25일부터 사흘간 마지막 3차전을 벌였다. 상준이 정성을 다해 만든 브로치를 심사위원석에 제출하는 순간 동생 상용이가 갑자기 “형에게 양보하겠다”며 주섬주섬 작품을 거뒀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전 2년 더 공부해서 2005년 대회에 나가면 되잖아요.”(상용)

“망치로 한 대 ‘쾅’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다음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동생을 껴안은 기억밖에 없습니다.”(상준)

출전권은 넘겨줬지만 동생 상용군도 형과 함께 스위스로 간다. 대회기간 내내 옆에서 형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올해 서울 단국공고를 나란히 졸업한 쌍둥이는 빼닮은 얼굴처럼 꿈도 하나다. 미국에서 영어를 익히고 나란히 스위스로 건너가 귀금속공예를 더 배운 뒤 귀국해 사업을 하는 것이다. 쌍둥이의 스승인 진용석씨(48·서울 명장보석 대표)는 “상준이가 어느 때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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