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조선시대 예언서 풀이집 낸 황병덕 연구위원

  • 입력 2003년 6월 17일 18시 58분


전영한기자
전영한기자
《‘2004년 미국이 북한을 폭격한다. 그해 말 미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패배한다. …미국의 대외노선은 더욱 강경해지고 북-미간 산발적인 군사충돌은 2006년까지 계속된다. 2006년 북한 난민이 남한으로 대거 밀려들고, 수도가 이전된다. 질병이 창궐하고 국내 좌우파의 대립이 극심해진다. 2007년 미군이 철수한 뒤 북한에 핵 공격이 가해지면서 김정일이 죽고 북한 정권은 붕괴한다.’》

‘한반도 묵시록’이라고 할 만큼 가공할 이 상황은 요즘 세간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송하비결(松下秘訣)’이란 ‘예언서’의 한 대목이다. 이 ‘예언서’는 두 사람이 공동으로 해석 출간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인 황병덕(黃炳悳·50) 박사다. 책에서는 황남송이란 필명을 쓰고 있다.

황 박사는 독일에서 비교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북한 문제를 연구해 온 사회과학자. 그런 그가 왜 ‘예언서’를 펴낸 것일까. 그의 주장이다.

“첫째는 이 책의 예언들이 들어맞았음이 사실(史實)로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둘째 지금의 한반도 상황과 맞아떨어집니다. 셋째는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접목했을 때 예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끝으로 틀린 예언일지라도 방비를 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황 박사는 젊은 시절부터 주역과 풍수에 심취했다. 그가 김일성(金日成)의 사주를 보고 94년 음력 6월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것을 예측했던 일은 통일연구원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가 송하비결과 만난 것은 2001년 9·11테러 직후였다. 인터넷을 통해 2000년 출간된 한 역학서가 ‘백석화적(栢石化赤·미국의 큰 건물이 붉게 물들고), 백옥적침(白屋賊侵·백악관이나 펜타곤이 적의 공격을 받는다)’이라고 ‘예언’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이 역학서는 역학자 김성욱씨(39·강원 춘천시)가 ‘소강절의 매화역수’라는 책을 내면서 부록으로 집안 대대로 물려받았다는 ‘송하비결’의 내용 중 몇 구절을 발췌해놓은 것. 김씨에 따르면 ‘송하비결’은 조선 헌종 때(1845년) 태어난 김씨 성을 가진 송하옹(松下翁)이란 도인이 조선조 말부터 2015년까지 120여년간을 2800여자의 사자성어 형태로 예언한 ‘비결서’라고 한다.

황 박사는 2002년 안식년을 맞아 중국의 역학원서 50여권을 놓고 공부를 계속하다가 김씨를 찾아가 2800여자의 ‘송하비결’ 전문을 함께 해석하자고 제의했다. 어쩐지 한반도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김씨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황 박사는 주역 풍수 천문 지리서는 물론 정감록 격암유록 등을 모조리 섭렵하며 하루 15시간씩 해석에 매달렸다.

출간된 ‘송하비결’은 연도별로 10대 사건을 요약해 놓았는데 과거 일들이 놀랍도록 맞아 떨어졌다는 게 황 박사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1979년의 ‘혜범북두(彗犯北斗·혜성이 북두칠성을 범한다)’는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병거벌인(兵車伐人·군대가 백성을 친다)’은 12·12사태를 뜻한다는 것. 1980년의 ‘후백입청(後百入靑·후백제로 푸른 옷의 공수부대가 진입한다)’에 ‘일촌광풍(一村狂風·한 마을에 미친바람이 분다)’은 영락없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암시라는 것이다.

2002년의 ‘목하첨자(木下添子) 목가병국(木加丙國) 존읍정복(尊邑鼎覆)’이라는 구절은 ‘이(木+子=李)씨가 나라(國)를 잡으려(木+丙=柄)하는데 정(尊+邑=鄭)씨가 솥단지를 뒤엎는다’는 뜻으로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초반 우세에도 불구하고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등장 등으로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됨을 내다 본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 대한 예언도 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의 예언 키워드는 ‘북문(北門)’과 ‘송하유돈(松下有豚)’인데 “‘북문’은 북한을 뜻하고, ‘소나무 아래 돼지’라는 뜻의 ‘송하유돈’은 소나무의 목(木)변과 12간지 중 돼지를 뜻하는 해(亥)로 환치한 핵(核)으로 풀이된다”고 황 박사는 설명했다. 즉 북한 핵 위기가 심화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하유돈’이란 표현은 ‘1945년에 일본에 원폭 투하될 것’이라는 예언에 처음 등장하고, 이어 ‘2007년 미국이 북한을 핵 공격할 것’이라는 예언과 ‘2010년에는 중-미(中-美)간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예언에 나온다고 그는 부연했다.

‘송하비결’은 2011년 이후에는 한민족이 창성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그 방책으로 ‘십승지(十勝地)’를 제시하고 있다고 황 박사는 설명했다.

“십승지는 정감록, 격암유록에도 등장하는 용어로 전란을 피할 수 있는 10곳의 피란처로 해석돼 왔습니다. 그러나 예언서들을 비교 분석해 보면 십승지는 한반도 주변 4강을 연결한 십자선 위를 뜻합니다. 즉 4강 균형외교만이 한민족이 살 길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황 박사는 “이 책을 경계삼아 우리 민족이 지금처럼 분열하지 말고 단결해서 북한 핵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황병덕 박사는 ▼

-1953년 전북 고창 생

-경복중·고교 졸업

-1980년 독일로 유학, 자유베를린대학에서 정치학 학사·석사·박사 학위

-1988년 귀국

-1991년 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1994년 한국정치학회 연구이사회 연구위원

-1998년 통일연구원 발전위원회 위원장(부원장 대우)

국가정보원 대북정책자문위원

-1999년 통일연구원 경제협력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저서: ‘대전환기의 세계사회’, ‘분단극복의 경험과 한반도 통일’, ‘신동방정책과 대북포용정책’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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