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강원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에서 열린 2003 설악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 출전한 ‘소녀 철녀’ 이해림(李海林·17·서울 개포고2). 그는 이번 대회 여자 엘리트부문에 출전한 각국 대표 12명 중 최연소이자 유일한 국내 여자선수다.
바다수영 1.5km, 도로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완주한 그는 골인지점에서 결승테이프를 끌어안은 채 쓰러졌다. 결승선 300m를 앞두고 미국의 백전노장 로리 허그(38)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 바람에 다리에 쥐가 났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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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할 때 물안경이 자꾸 벗겨져 몇 번이나 멈춰야 했어요. 수영은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었거든요. 그런데 앞서 가던 선수가 뒷발로 얼굴을 차서 물안경이 또 벗겨지잖아요. 마지막에는 아예 눈을 감고 수영을 했어요.”
이날 속초 앞바다는 2∼3m의 큰 파도가 쳤다. 일반부 선수들은 조금 앞으로 나아갔다가 파도에 떠밀려 되돌아오기를 반복했고 이 바람에 여러 명이 실격됐다.
이해림의 기록은 2시간13분28초로 여자 12명 중 8위. 곽경호(郭京昊·36) 주니어대표팀 감독은 “20세 전후가 돼야 근력과 지구력이 충분히 갖춰져 트라이애슬론을 하기에 적합해진다”며 “해림이의 어린 나이를 생각하면 대단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이해림은 서울 둔촌초등학교 5학년 때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했다. 수영을 배우다 재미삼아 참가한 지역 트라이애슬론대회에 입상하면서 흥미를 느낀 것. 오륜중 2학년 때 주니어대표가 됐고 국내에는 적수가 없다고. 지난해 해병대사령관배대회와 일본 미야자키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서 1위를 했다. 매일 등교 전과 방과 후 달리기 10km, 수영 5km, 사이클 35km를 연습한다.
2년 전 사이클을 타다 넘어져 턱이 깨지고 이를 3개나 새로 해 넣었지만 그의 투지는 식을 줄을 모른다.
“중3 때는 공부도 해야 하고 엄마의 반대도 있고 해서 그만두려 했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힘들지만 너무 재밌어요.”
딸의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 이구용(李九鎔·46), 어머니 조병일(趙炳一·46)씨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지만 딸이 원하니까 못하게 할 수도 없다”며 “힘이 닿는 한 뒷바라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해림의 올해 목표는 11월 2일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 이내에 드는 것, 그리고 장래 목표는 최고의 트라이애슬론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속초=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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