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장애인의 '섹스도우미' 섹스칼럼니스트 조항주씨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03분


인터넷 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에 장애인을 위한 섹스 스토리를 연재하고 있는 조항주씨. -박영대기자
인터넷 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에 장애인을 위한 섹스 스토리를 연재하고 있는 조항주씨. -박영대기자
“말라비틀어진 하반신도, 마비된 상체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여, 모두 크게 외쳐보자. ‘명랑 빠굴(성관계를 뜻하는 속어)!”

조항주(趙恒珠·32·여)씨는 장애인의 ‘섹스 도우미’로 불린다. 그는 장애인 인터넷 사이트 에이블뉴스(www.ablenews.co.kr)에 4월부터 ‘조항주의 섹스 스토리’를 연재하고 있다.

여성의 성을 다루는 한 인터넷 업체에서 일하는 조씨는 에이블뉴스측 요청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전국장애인연합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경력 덕분에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것.

94년 졸업 후엔 장애인 여성에게 강제로 불임 시술을 하는 기관시설들의 횡포에 형사 고소로 맞선 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건물 1층에 장애인용 성인용품점을 만들자”고 주장하다 면박 당하기도 했다.

“장애인 사이트에 욕구불만을 털어놓는 글이 올라오면 어디서 어떤 성인용품을 사서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자세히 적어줬어요. 간혹 광고로 오해받아 삭제된 적도 있죠.”

클리토리스와 마스터베이션, 자위기구…. 성과 관련된 온갖 용어가 튀어나오는 그의 글은 도발적이다. ‘배변 장애가 있는 장애인은 성관계 전 소변을 빼주는 게 좋다’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도 붙여 놨다. 양 팔이 없는 장애인을 위한 ‘발가락 사용법’ 등도 소개돼 있다.

이런 생생한 내용은 조씨 자신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남편과겪은 결혼생활 경험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해를 돕기 위해 만화가에게 부탁해 만든 그림 자료도 사이트에 올렸다.

“장애인에게 섹스는 사치가 아니에요. 이들도 보통사람과 똑같이 성욕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할 수 있어요. 성기만 성감대는 아니잖아요? 심지어 전신마비 장애인도 입을 사용한 멋진 섹스가 가능해요.”

조씨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자포자기하는 것이 안타깝다. 상대방이 비장애인인 경우 바람을 피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는 “장애인도 자신의 몸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몸을 시험해보고 알아가는 노력을 계속하라고 몇 번씩 강조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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