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락 할머니 “'어머니 고맙습니다' 들을때 가장 행복"

  • 입력 2003년 9월 9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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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김일락 할머니가 공군사관학교 세탁소 내 수선소를 찾은 남녀 공사생도들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공군
9일 김일락 할머니가 공군사관학교 세탁소 내 수선소를 찾은 남녀 공사생도들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공군
“하늘이 허락할 때까지 자식 같은 생도들을 위해 작은 뒷바라지를 하고 싶습니다.”

추선 연휴 전날인 9일 충북 청원군의 공군사관학교 내 세탁소. 45년간 재봉틀을 돌리며 생도들의 제복을 수선해 온 김일락(金一樂·77) 할머니는 학교측과 졸업생, 생도들이 건네준 작은 선물꾸러미를 받고 환하게 웃었다.

공사가 경남 진해에 있던 1958년부터 생도들의 옷을 수선하기 시작한 김 할머니는 공사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생도들은 김 할머니를 ‘어머니’나 ‘할머니’로 부를 만큼 정이 돈독하다. 실제로 김 할머니는 공군작전사령부에서 근무 중인 권종필(權鐘弼·공사 37기) 소령과 공사 교수로 현재 영국에 유학 중인 강창부(姜昌腑·공사41기) 소령을 양아들로 삼고 있다.

오랜 정을 나눈 만큼 김 할머니는 생도들의 옷이 찢어진 상태만 보고도 어떤 훈련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생도들은 작년 3월 김 할머니가 대장암 판정을 받자 수술비를 모금해 전달했고 김 할머니는 이런 관심과 성원 덕분에 병마를 딛고 다시 재봉틀 앞에 앉을 수 있었다.

18년 전 공사에서 구두를 수선하며 함께 일하던 남편을 떠나보낸 김 할머니는 혼자서 세 딸을 키웠고 현재 둘째(42)와 막내딸(39)은 공사 군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김 할머니는 “내 손으로 고친 제복을 반듯하게 입은 생도들에게서 ‘어머니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흐뭇하다”면서 “공사의 수많은 아들딸과 함께 추석을 맞이해 행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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