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야구부가 189전(顚)190기(起) 할 수 있었던 데에는 3수까지 해 가며 야구부에 들어온 두 사람의 야구 열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장인 용민(龍民·22·체육교육과 3년)씨와 1루수 신동걸(申東傑·20·체육교육과 1년)씨가 그 주인공.
용씨는 취학 전부터 키보다 큰 배트를 들고 설칠 만큼 야구를 사랑했던 소년이었다. 부모의 반대로 야구를 포기하고 99년 인천대 자연과학부에 입학했지만 우연히 만난 고교 선배 이진수씨(24)에게서 “서울대에 가면 야구부에서 정식 선수로 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삼수 끝에 서울대 야구부원으로 입성했다.
신씨는 중학교 때부터 ‘서울대 야구부’만을 꿈꾸며 준비한 케이스. 중학교 1학년까지 야구선수로 뛰었던 신씨는 어머니의 반대로 야구를 그만뒀다. 그러나 세광고 야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신흥순씨(51)는 아들이 야구를 포기하는 것을 본인보다 더 안타까워했고 그때 아들에게 내건 조건이 ‘서울대 야구부’였다.
2001년 고려대 체육교육과, 다음해에는 서강대 경제학과에 합격했지만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방황하던 시절, 신씨는 친구인 박현우씨(21)를 만난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2002학번으로 야구부에서 중견수를 맡고 있던 박씨는 “체육교육과에 오라. 실기는 책임지고 도와주마”라며 신씨를 격려했다.
신씨는 살을 20kg 이상 빼 가며 실기시험 준비에 몰입한 끝에 마침내 이 학과에 합격했고, 입학하기 전 겨울부터 서울대 야구부 합숙훈련에도 동참했다.
비록 지더라도 다른 대학의 쟁쟁한 특기생 선수들과 맞붙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이들은 “이젠 국내에서의 1승이 목표”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인터뷰 말미에 “우리의 첫 승을 폐암으로 투병 중인 동료 현우의 아버지 박영철씨(51)께 바치기로 했다”며 남다른 동료애를 보이기도 했다.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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