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이순신을 만나다" 펴낸 지용희 교수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7시 26분


“무력전쟁이든 경제전쟁이든 전쟁의 본질은 같습니다.”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디자인하우스)의 저자인 지용희 서강대 교수(경영학·60·사진)는 악조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17전17승의 승전기록을 남긴 이순신 장군(1545∼1598)에게서 이 시대의 치열한 경제전쟁에 대처할 전략과 정신을 배울 것을 제안한다.

“중학교 때 국사선생님이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전투에서 일부러 왜적의 총탄에 맞았다는 가설을 얘기하신 일이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왜 그랬을까 생각했지요.”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도 이순신 장군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난중일기’, ‘징비록’ 등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자료들을 검토하고 남해안 일대의 전적지를 직접 답사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이순신 장군은 군사통제와 전술능력, 충성심과 용기 면에서 실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이상적 군인’이라고 평가했던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 교수는 절대적으로 전세가 불리한 상황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이끌어 낸 이순신 장군에게서 외국의 다국적기업과 맞서는 한국 중소기업이 배워야 할 정신과 전략을 찾아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청렴결백과 공정성, 빈손으로 수군을 재건할 수 있었던 진취적 기업가 정신, 솔선수범으로 보여준 실천적 리더십, 거북선을 개발해 낸 혁신적 사고, 전쟁의 기록을 ‘난중일기’로 남겨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도록 한 기록정신, 환경에 대한 정보수집과 그에 기초한 정확한 진단분석 등이다.

백의종군하다가 1597년 위기에 처한 조선을 되살리기 위해 삼도수군통제사로 돌아온 이순신 장군이 단 12척의 배로 수백척의 왜군 전함을 격파했던 명량대첩(鳴梁大捷)은 바로 이런 전략과 전술이 이뤄낸 성공이었다. 장군에 대한 병사들의 절대적 신뢰, 해수의 흐름과 지형지물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 선두에 나서서 전투를 지휘했던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결합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현 단계의 한국 경제에 대해 “임진왜란이 끝난 뒤 우왕좌왕하다가 다시 정유재란을 맞았듯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자만하는 사이에 경제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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