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성귀수씨(42)가 최근 전 20권 분량의 ‘아르센 뤼팽 전집’(까치)을 혼자 번역, 완간했다. 총 23편의 작품, 번역원고 200자 원고지 2만6636장, 역자 주석 652개, 출판사 홈페이지를 통한 역자와 독자간 질의응답 430여회….
그에게 있어 전집은, 특히 문학작품일 경우 한 명이 전담해서 번역하는 것이 원칙이다.
“번역자는 창작자와 독자를 맺어 주는 가장 직접적인 매개입니다. 창작자에 버금갈 정도로 작품세계를 두루 이해하고 있어야 하죠. ‘뤼팽’은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30여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으로 앞 뒤 발표작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까닭에 더욱 그렇습니다.”
번역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성씨는 2002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뤼팽 번역을 하면서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샅샅이 뒤졌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00년대 초반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온전히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작품 속에 자동차가 등장하면 인터넷에서 당시 자동차 사진을 찾아 책에 삽입했고 ‘뤼팽이 어떤 지역을 경유해서 갔다’는 부분에는 지도를 나란히 배치했다.
“현대의 독자들도 당시 독자들처럼 뤼팽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지금 우리 실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그냥 두면 독자와 번역자 모두에게 손해니까요.”
이런 그의 열정은 또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프랑스에서조차 잊혀진 ‘아르센 뤼팽의 수십 억 달러’라는 작품을 완전한 형태로 복원해 낸 것. 작가가 죽기 2년 전 ‘로토(L'Auto)’라는 잡지에 한 달여 동안 연재한 이 작품은 작가 사망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편집상의 실수로 중간 한 회 연재분 에피소드가 누락돼 불완전한 작품으로 남았다.
성씨는 프랑스의 인터넷 헌책방 사이트를 뒤지고 또 뒤져, 절판된 1941년판 단행본을 손에 넣었고, 수소문 끝에 ‘로토’에서 근무한 적 있는 프랑스인 뤼팽 연구가의 도움을 얻어 누락된 에피소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뤼팽 연구가가 완전 복원돼 출간된 뤼팽전집은 한국이 처음이며 유일하다고 하더군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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