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가 새로운 이유는 그 체제가 기존의 한국 관현악단과 차별화되기 때문. 고정 단원은 한 명도 없다. 수준급의 연주자들로 ‘인력 풀(Pool)’을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연주자를 섭외한다. 이를테면 ‘길드(조합)형’ 악단이다.
“서구에서는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스’ ‘런던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등 1980년대 이후 연주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여러 악단이 이런 형태를 택하고 있죠. 항상 모여 연습하지 않는 대신 기동성과 효율성을 갖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의 악단은 지난해 소프라노 신영옥 전국 투어콘서트 등에 참여하면서 이미 만만치 않은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 1년은 준비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관현악계에 ‘행사’는 많았지만 작품 해석에 대한 조명이나 토론은 별로 중시되지 않았습니다. 큰 기획시리즈조차 규모에 더 비중을 두었죠. ‘더 피프스’는 악보에 충실한 해석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자리가 될 겁니다.”
박씨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재학 중 ‘아마빌레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등 늘 지휘자의 길을 꿈꾸어 왔다. 대학원 졸업 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지휘자 미하엘 길렌을 사사했다. 귀국 후에는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첫 공식 콘서트의 연주곡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c단조를 선택했다. ‘운명’이라고 널리 알려진 이 교향곡을 굳이 ‘피프스(5번)’라고 고집한 이유는 뭘까.
“작곡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붙여진 제목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베토벤의 진정한 정신과 만나기 위해서죠.”
이번 연주에는 베토벤 활동 당시의 콘서트에서처럼 50여명이 참여한다. 베토벤 사후 낭만주의 시대에 시작된 연주법에서 벗어나 ‘악보 그대로’를 재현하기 위한 연구도 하고 있다.
“SCP는 자유롭고 변신이 빠른 악단인 만큼 앞으로도 기존 악단들이 손대기 어려운 여러 실험에 도전할 겁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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