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마라톤여행가 이연우씨 "마라톤 축제에 홀려 세계 달려"

  • 입력 2004년 2월 10일 19시 28분


세계 유수의 도시를 달리며 구경하는 ‘마라톤 여행가’ 이연우씨가 9일 한 헬스클럽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세계 유수의 도시를 달리며 구경하는 ‘마라톤 여행가’ 이연우씨가 9일 한 헬스클럽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마라톤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맛은 어떨까.

“한마디로 기쁨 두 배죠.” ‘마라톤 여행가’ 이연우씨(51)의 답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105리의 마법’에 휩싸여 세계 유수의 도시 한복판을 뛰는 기분이란 이 세상 어떤 여행보다도 짜릿한 전율 그 자체란다.

이씨는 보스턴과 뉴욕, 베를린, 프라하, 알래스카, 빈, 퀘벡, 호놀룰루 등 세계 13개국의 18개 마라톤을 두루 섭렵한 마라톤 마니아.

“숨이 차고 힘든 상태에선 아무것도 안 보일 것 같죠? 더 잘 보여요. 달리는 즐거움에 더해 세계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 안 해보고는 몰라요.”

그는 어느새 지난해 프라하 시내를 뛰던 감회에 젖어든다. “차량이 전혀 없는 거리를 뛰면서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을 감상하는 맛 알겠어요? 정말 황홀했습니다.”

무엇보다 마라톤이 축제분위기 속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욱 느낌이 새롭단다.

“보스턴은 학교 앞을 지날 때 학생들이 특별이벤트를 벌이죠. 웨슬리여대 앞에서 생기발랄한 여대생들이 펼치는 ‘진한 응원’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어요. 알래스카 앵커리지는 도시와 숲을 반반씩 달리는 맛이 색다르죠.”

23년 전 도미해 보스턴에서 보석과 패션 사업을 하는 이씨는 98년 초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라톤에 뛰어들었다. 그해 3월 동아경주국제마라톤에서 하프를 처음 뛰었고, 99년 4월 로테르담에서 풀코스를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2000년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46분.

요즘엔 하루 15∼20km, 월간 500∼550km를 달려야 성이 찬다. 세계 유명도시에서 열리는 대회를 매년 12회씩 달려 100회를 완주하는 게 1차 목표. 그 다음엔 전 세계 마라톤대회를 다 찾아다니며 뛸 계획이다. 마라톤 덕에 90kg이던 몸무게는 70kg으로 줄었고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강철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3월 14일 열리는 ‘2004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올해로 108회인 보스턴대회 다음으로 긴 역사를 가진 동아마라톤에 뛰지 않고서야 마라톤을 했다고 할 수 있나요.”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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